04/17/2018
새벽에 읽는 신명기 15장
미국에 와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신문에 총기 살인사건이 보도가 되었다. 혼자 살고 있던 백인 노인 분이 우편배달부를 총으로 쏴서 죽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죽인 이유가 너무나 황당했다. 노인 혼자 살면서 들어오는 수입은 별로 없는데 전기세, 전화세, 가스비, 모기지, 자동차세, 보험료 등등 돈이 나갈 bill들은 매 달 돌아오니 생활이 너무 힘들었더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매달 꼬박꼬박 bill들을 배달오는 우편배달부가 미워져서 홧김에 쏴버렸다는 것이다. 참 웃어 넘기기에는 너무나 씁슬한 이민생활의 이야기로 들었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성경의 말씀처럼 부채를 면제해 주는 제도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이 나라에도 파산법이라는 것이 있어서 부채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숨 쉴 수 있는 여력을 남겨주는 법이 있기는 한 것 같다. 하지만 신명기 15장에서 말하는 면제의 제도는 모든 사회 공동체에게 다 같이 해당되는 사회법이었다.
이스라엘 백성은 누구나 매 칠 년 끝에는 이웃에게 꾸어준 부채를 면제해 주는 면제년을 지키도록 하였다는 말이다. 매 칠 년이라고 하는 것은 안식년을 말하는 것이다. 안식년이 돌아올 때 마다 빚진 것을 모두 탕감해주고, 탕감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 법을 잘 지키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축복을 받게 될 터인데, 개인적으로는 “여호와께서 네게 유업으로 주신 땅에서 네가 정녕 복을 받으리니 너희 중에 가난한 자가 없으리라.”(5절)고 하였고, 국가적으로는 “네가 여러 나라에 꾸어줄찌라도 너는 꾸지 아니하겠고, 네가 여러나라를 치리할 지라도 너는 치리함을 받지 아니하리라.”(6절)고 하셨다.
빚을 안고 산다는 것은 쫓기는 삶이다. 물론 욕심이 과하여 빚을 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고대 농경사회에서는 지금처럼 장사가 경제의 주요수단이 아니었다. 한 해 농사가 잘못되면 살아갈 일이 막막해진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빚을 지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이런 빚이 계속 이어지면 사회적으로 빈부이 격차가 심한 사회가 된다. 빈부의 격차는 인격의 무시로 이어지기 쉬운 함정이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사람들은 인종과 지역과 언어에 관계없이 모두가 소중한 하나님의 형상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물며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서 이런 관계는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안식년마다 경제정의를 실현하도록 하셨다. 부자들에게 양보하는 법을 따르라고 말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자선의 손길을 손해보는 것으로 여기지 말라는 당부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손해가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축복임을 깨닫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자녀의 생각이요 믿음이다. 인격의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야 말로 성도들이 가장 조심스럽게 지켜야할 부분이다.
그리고 7년을 7번 거듭한 49년이 지난 50년 째는 희년으로 지키게 하셨다. 이 해에는 모든 토지들도 원래의 주인들에게 다 돌려보내도록 하였다. 하인으로 부리던 사람들까지 모두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도록 하였다. 그럼으로써 모든 것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인정하고, 사회적으로는 경제정의가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물론 지금 우리가 구약의 이런 희년의 법을 문자적으로 따라야 하느냐 하는 것은 시대와 문화에 따른 해석의 문제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님께서는 안식년과 희년이라는 제도를 통해 하나님의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기를 원하셨다는 것이다. 나눔과 베품이 살아있는 공동체, 재물보다 말씀이 앞서는 신앙 공동체가 세워지기를 원하신다는 것이다. 차별이 없고, 속박이 없어, 누구라도 자유롭고, 누구라도 하나님을 기쁘게 섬길 수 있는 그런 공동체의 모습이 우리 안에서 다시 시작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