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8/2026
[2027년도 『매일미사』 표지 그림 맡는 남승욱 시메온 작가]
“『매일미사』는 매일 그날의 독서와 복음을 읽으며 꾸준히 말씀 안에서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는 책이에요. 그런 소중한 책의 표지에 제 그림이 실린다는 것이 정말 영광스럽고 감사합니다.”
2027년도 『매일미사』 표지 그림 작가로 선정된 남승욱 작가(시메온, 수원교구 산본본당)의 목소리에는 긴장 섞인 기쁨이 묻어났다.
남 작가에게 이번 선정 소식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시간과 정성을 쌓아 온 작업의 결실이 새 생명의 탄생과 나란히 찾아왔기 때문이다. “사실 주교회의에서 연락을 받기 바로 전날 딸이 태어났어요. 아이가 무사히 잘 태어나서 감사했는데, 이런 좋은 소식까지 듣게 되어 얼떨떨하고 믿기지 않았어요. 그 이틀은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청원 기도와 감사 기도를 드린 시간이었습니다.”
남 작가가 그린 『매일미사』 표지 그림은 디지털 드로잉 작품이다. 파스텔 톤의 따뜻한 색채는 경쾌하면서도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양하고 독특한 질감의 브러시 사용도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인물의 이목구비는 표현하지 않았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상상하며 그림을 더 재밌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열어 주기 위해서다. 이처럼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 뒤에는 독특한 이력이 있었다.
남 작가는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전자 기술 연구원으로 일한다. “부모님이 원하시는 길을 따라 공부하고 취업했지만, 직장 생활을 하며 이것이 제가 원하는 삶이 맞는지 돌아보게 됐어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일 그리고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추려 나가다 보니, 마지막까지 남은 것이 ‘그림’이었습니다.”
마음이 움직이는 일을 찾은 남 작가는 낮에는 연구원으로서 이성과 논리를 사용하는 일을 하고, 밤에는 이야기 위에 따뜻한 색을 입히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빚어 갔다. 그는 “전공자가 아닌 사람도 쉽게 이해하고 울림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10여 년 동안 무작정 많이 그려 보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밑거름이 되어 세 권의 그림책을 펴냈다.
특히 남 작가는 “그림책 작업을 하면서, 신앙에서 영감을 얻는 때가 많았다.”고 밝혔다. 전례단, 미사 해설,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 등 교회 공동체 안에서 가꿔 온 신앙과 지식이 그의 작품 세계에 녹아 있다. 가장 작은 이들을 향한 배려와 사랑을 강조한 성경의 가르침, 프란치스코 성인과 구비오의 늑대 이야기 등이 창작의 중요한 원천이 되었다.
“그림은 주님께서 저에게 주신 탈렌트라고 생각해요. 그 탈렌트가 주님의 뜻에 맞게 쓰이기를 늘 바랐습니다. 그러던 차에 표지 공모를 보았어요. 결과는 주님께 맡기고, 저는 도구로서 최선을 다해 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남 작가는 태블릿 PC의 흰 화면에 무엇을 표현할지 매일 묵상했다. 그렸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며, 작품마다 스케치만 일주일 이상 걸리곤 했다. 무엇보다 놓치지 않으려 한 것은 ‘기도 지향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었다. “전례력에 충실하면서도 기도 지향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이를테면, 7월 표지 그림에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주보성인 다섯 분의 모습을 담았는데요. WYD를 앞두고 기도가 많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그림 속 성인들께 전구를 청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이번 선정 소식은 남 작가에게 또 하나의 깨달음을 주었다. “제가 출판한 작품들과 원고로만 남은 작품들은 모두 그림체가 다르거든요. 이건 제가 아직 초보라는 증명일 수도 있고, 성장 혹은 퇴보의 흔적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매일미사』 표지 역시 처음 시도해 본 화풍이에요. 작품이 선정된 것을 보며, 지금까지 주님께서 저의 탈렌트를 담금질하시어 이렇게 쓰이도록 이끌어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 작가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곳에 쓰이는 그림을 그리며 살아갈 수 있다면 앞으로의 삶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끝으로 남 작가는 자신의 그림이 누군가의 하루를 말씀으로 이끄는 작은 문이 되기를 바라며 독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2027년 열두 달 동안 제 그림을 보며 ‘예쁘다’, ‘재미있다’고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제 그림이 『매일미사』를 한 번이라도 더 펼쳐 보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쁠 것입니다. 저 역시 늘 말씀 안에서 살아가며,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작업을 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