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3/2026
"맑고 환해진 마음으로, 다시 그들 사이에 서서"
고베는 벌써 많은 봄꽃들이 피고 있습니다. 이 꽃들과 함께 여러분께 인사들 드립니다.
제가 속한 교회의 노 사제가 매주 저에게 강론을 보내줍니다. 귀한 강론이어서 몇 번이고 읽고 묵상하고 싶어서 제가 부탁을 했습니다. 그런데 매주 강론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소소한 일상을 함께 나누어 주십니다. 지난번에 받은 강론에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어서 마음에 품고 살고 있습니다. 일본어를 직역하면 “마음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다.” 가 됩니다. 우리는 보통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면 반사적으로 심장을 가리키곤 합니다. 또는 ‘내 마음’, ‘네 마음’ 하면서 소유의 개념으로 접근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문장은 마음이 우리 안에 있다고 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 있다고 합니다. ‘관계성의 중요성’을 말하는 이 문장을 오래도록 묵상하면서 참 많이 공감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큰 일들을 치르고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던 저는 지난 2월말부터 3월 중순까지 서울의 공동체에서 머물렀습니다. 진작부터 한국에 가고 싶었지만 이곳의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룰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후배 수사 한 명이 기꺼이 저의 자리를 대신해 줄 테니 좀 쉬다 오라고 했습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웠던지요. 그 수사는 청원자 형제와 함께 고베 공동체로 와서 충실하게 제 자리를 채워주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마음 편히 쉴 수가 있었습니다. 그 수사는 일정이 있어서 조금 먼저 한국으로 돌아갔지만 남겨진 청원자 형제가 일주일 정도 더 머물며 공동체를 도와주도록 한 그 마음씀씀이에 제 마음이 더 맑고, 환하고, 순해졌습니다. 또 제가 고베로 돌아온 후에도 온 마음을 다 해서 공동체를 챙기며 큰 힘이 되어 준 청원자 형제가 정말 든든하고 고마웠습니다.
서울 공동체에 머물 때도 매일 매일이 고마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제가 큰 일을 치를 때 고베에서 있었던 또 다른 후배 수사는 누구보다도 저의 상황과 상태를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참으로 많은 배려와 여러 모로 ‘돌봄’을 받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따뜻한 관심과 형제적인 사랑 안에서 저는 조금씩 기운을 회복했고, 빠졌던 몸무게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바쁜 가운데서도 기꺼이 많은 시간을 내 준 이 수사는 제가 고베로 돌아오는 날에도 기꺼이 인천공항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마음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 있다.’는 말을 나는 고마운 후배 수사들을 통해서 경험을 했습니다. 지친 사람을 환영해주고, 품어주고, 돌보는 마음이 고마워하는 저의 마음과 만났던 곳은 그 수사들과 저의 사이였습니다. 마음은 마음을 느끼고 알아보고, 공명합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 따뜻하게 손을 잡는 그 사이에서 ‘생명이 되는 마음’이 생겨나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부족함이 많아도 한결같이 환영해주는 고마운 지인들과의 사이에서도 ‘고마운 마음, 따뜻한 마음’이 생겨나고 자라난다는 것을 ‘마음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다.’는 말을 통해서 더 깊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이 생겨날 때’ 사람의 소중함이 새로워지고, 둥글지 못한 저와 함께 ‘살아주는’ 수사들이 하느님께서 주신 귀한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겨나는 마음은 오래도록 서로의 마음에 살아 있을 것입니다. 참 고맙지요. 여러분들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