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2/2026
집에서 명상을 하면 감자를 삶아주겠다는 아내의 말에 은근한 기대를 품었다.
이번 4박 5일만큼은 수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막상 아내는 감자를 삶아주기는커녕, 본인도 휴가라며 퇴근길에 맥주와 안주를 사 왔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마음속에서 분별이 일어났다.
‘나는 수행 중인데,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이 올라왔다.
결국 명상수련의 규칙인 묵언을 지키기 위해 필담으로 “감자는 안 삶아주느냐”고 따졌고, 엎드려 절 받기처럼 받아낸 삶은 옥수수를 괜히 억울한 마음까지 보태 과식하고 말았다. 그날 밤부터 하루 정도 체기를 앓았다.
돌이켜보면 체기의 원인은 옥수수가 아니라 내 마음의 탐욕과 고집이었을 것이다.
수련 중에도 누군가 나를 배려해 주길 바랐고, 기대가 어긋나자 서운함과 분노를 그대로 따라가 버렸다.
몸은 가만히 앉아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밖을 향해 있었다.
산만한 사람은 집에서 수련하지 말라는 말씀이 그제야 실감 났다.
집에 있으니 쉬는 시간에도 쉬지 못하고 설거지와 빨래를 하고, 아픈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약을 먹이며 주사까지 놓는 일을 도맡아 했다.
온전히 수련에 잠기기에는 환경도, 마음도 준비되지 않았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냈을 4박 5일에 비하면 이번 시간은 분명히 다른 휴식이었다.
적어도 나는, 내가 어디에서 자꾸 걸려 넘어지는지 조금은 보게 되었다.
앞으로는 일상 속에서 꾸준히 명상을 이어가며 기대하고, 서운해하고, 집착하는 마음을 그때그때 알아차려 보고 싶다.
그리고 다음에는 조건을 갖추어 오프라인 명상수련에 참여해 볼 생각이다.
수행은 특별한 순간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드러나는 나의 모습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일임을, 이번 옥수수 한 끼로 분명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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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과 봉사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정토행자'의 이야기를 전해드려요.
🔜 https://www.jungto.org/edu/view/84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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