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5/2026
5월 17일, 아이다호 데이를 맞이하여 무지개신학교의 근황을 전해요~
올해는 내부 여력이 부족해 예배를 드리지 못했어요. 대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아이다호 예배를 준비하고 있는지 고민을 짧게 나눠보려 해요.
한국 기독교에서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은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요. 2018년 장신대 학생들이 무지개색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사건, 무지개신학교와 아이다호 예배는 그 자리에서 시작했습니다.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고, 퀴어 프랜들리한 예배가 무엇인지 해석하는 것이 저희의 질문이었어요.
2019년 "모든 사람의 예배"(광나루)는 그 물음에 대한 첫 번째 응답이었습니다. 당시 예배는 예장 통합 목회자들이 중심이 되었고, 쫓겨난 이들이 우리는 여전히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 묶여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예배였어요. 리마예식서를 사용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고요. 고발과 결단의 색채가 짙었지만, 동시에 어떻게 우리는 퀴어 프랜들리한 예배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이 시작한 순간이기도 해요.
2022년 1회 아이다호 예배 "이분법 너머"(종로)에서는 크리스천아카데미와 연대하며 퀴어성서주석 설교대회를 하며 시작되었습니다. 예배를 전례적으로 구성하면서도 신학생들이 신학을 공부하면서 상상했던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어요. 예배 후 피드백을 받으며 어떻게 하면 대부분이 평신도이고, 기존 교회의 예배가 친숙한 퀴어 당사자들이 예배드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까 고민하였어요.
2024년 2회 아이다호 예배 "연결과 ___"(홍대)에서는 한국예수교회연대 등과 함께하며 경배와 찬양을 도입하고, 더 많은 평신도들에게 낯설지 않은 예배를 구성했어요. '연결'이라는 주제 아래 빈 칸을 다양한 이야기들로 채우려 했지만, 동시에 이 예배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앨라이의 경험과 퀴어의 경험의 차이에 대한 질문도 선명해졌어요. 그건 아이다호 데이가 퀴어 당사자의 이야기이면서, 한국에서는 그들과 함께 쫓겨난 앨라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예배를 준비하는 이들과 예배가 분리될 수는 없어요.
2025년 3회 아이다호 예배 "흘러나온 자리에서 피어난 세상"(마포)은 그 물음에 조금 더 직접적으로 응답하려 했습니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가톨릭 당사자 그룹 아르쿠스와 함께하며 외연을 넓혔고,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순서를 맡는 것을 넘어서 직접 예배에 사용된 언어들을 만들었어요. 퀴어와 앨라이의 경험을 연결하면서, 퀴어 당사자 스스로의 언어로 앨라이의 경험을 표현하는데 집중했어요. 그렇게 우리가 연결되며 새로운 이야기를 피워내는 것, 그게 세 번째 예배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어요.
다음 예배를 준비하며 저희의 고민은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퀴어 언어가 주로 유성애적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해왔다면, 성서가 실은 그보다 훨씬 다양한 관계의 언어를 품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관계들도 그만큼 다채롭다는 것을 예배 안에서 풀어내고 싶어요. 내년에는 외부 네트워크 보다는 저희만의 호흡으로 그 고민을 충분히 이어갈 예정입니다.
이를 준비하며 『퀴어링 크리스천 워십: 예배 신학의 재구성』을 번역해서 읽으면서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퀴어 예배학에 대한 공부를 하고 한국에 번역된 앤절라 천의 『에이스』 책을 읽었어요. 앞으로는 아직 한국에 번역되지 않은 무성애에 대한 다양한 학술적 논의를 담은 책을 번역해서 읽을 예정이에요. 그리고 그리스도교 전통의 언어들 속에서 무성애와 유성애적 랜즈로 퀴어링 작업을 하며 우리가 예배에 담아낼 다양한 관계의 언어들을 찾아낼 예정이에요.
내년에는 '구원의 축제'로서 아이다호 예배를 함께 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아이다호를 뜻있게 보내셨을 여러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