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3/2026
"소통이 필요해"
층간소음으로 이웃지간이 원수 사이가 되고, 주차 문제로 공동체가 깨지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사소한 다툼이 지루한 법정 공방으로까지 비화하고, 관계는 회복 불가능한 지경까지 이른다.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는 물론, 교회 안에서도 의견 충돌이 분쟁이 되고 작은 오해가 켜켜이 쌓여 공동체가 갈라지기도 한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과 원수 되었던 우리를 하나님과 화목하게 해 주신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을 믿는 자들이다. 하나님께서는 성도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분’을 주셨다(고후 5:18). 그렇다면 교회는 이 시대의 갈등 앞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가?
최근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소통방’ 모델은 이 질문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여기서 소통방이란 주민자율조정가가 교육을 이수한 후 갈등 사례를 직접 해결하며 훈련하는 ‘예비적 주민자율조정기구’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민원을 처리하는 곳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대화와 조정을 통해 갈등을 예방하고 사회 통합에 이바지하는 공간이다.
1. 정죄가 아닌 관계회복의 여정
소통방 개념을 교회는 화해를 돕는 소통방으로 확장할 수 있다. 세상의 법정은 율법적 잣대로 시시비비를 가려 승패를 결정짓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복음은 죄인을 정죄하는 대신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로 회복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화해 소통방은 갈등 당사자들 스스로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돕는 공간이다. 이곳의 조정인은 누가 옳고 그른지 정하거나 합의를 강요하지 않으며, 법적 조언을 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대신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화해에 이르도록 돕는데, 이는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라”(마5:24)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 교회 내 화해 소통방은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을 넘어, 상처받은 관계를 회복하고 공동체의 ‘샬롬’을 재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2. ‘화목의 직분자’로서의 리더 양성
성경은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마 5:9)이라고 말씀한다. 소통방 모델의 핵심은 외부 전문가가 아닌, 훈련된 지역 주민이 직접 ‘주민자율조정가’로 나선다는 점이다. 이를 교회에 적용하면, 갈등 해결 훈련을 받은 성도들이 공동체 내의 평화를 세워가는 ‘화해자(Peacemaker)’로 세움 받게 된다. 갈등을 단순히 피해야 할 부정적 대상으로 보지 않고, 네 가지 원리—①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라, ② 네 눈 속의 들보를 빼라, ③ 온유하게 바로잡으라, ④ 가서 화해하라—를 연습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조정가들은 중립을 지키며 양쪽 당사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문제를 조정 가능한 사안으로 바꾸어 해결을 돕는다.
3. 복음적 화해를 위한 단계적 소통
성경적 화해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소통방의 절차는 ‘접수 및 확인→사전조정→조정→합의→서면기록’의 5단계를 거친다. 특히 ‘사전조정’ 단계에서는 양당사자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며, 당사자가 하고 싶은 말과 전달 방식을 신중히 생각할 시간을 갖도록 돕는다. 이는 자신의 들보를 먼저 보게 하고 상대의 입장을 경청하게 하는 복음적 의사소통의 과정이다. 조정가는 사적인 상담 내용을 철저히 보호함으로써 공동체 안에서 덕을 세우고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 설령 완벽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영적 유익을 준다.
분열의 시대 속 화해자들의 교회(Peacemakers’ Church)
성도 간의 문제를 세상 법정으로 가져가는 것은 복음의 능력을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다. 교회 내 화해 소통방은 그리스도의 사랑과 공의가 통치하는 공동체를 세워가는 실천적 대안이다. 우리가 갈등의 쟁점을 조정 가능한 사랑의 과제로 바꿀 때, 교회는 비로소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하나님 나라의 화평을 증거하게 된다. 더 나아가 교회는 지역사회의 화해를 이끄는 ‘이웃분쟁해결센터’로 기능하며, 말씀과 사랑으로 세상에 평화의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홍 혁 KPM사무국장
새순교회 협동
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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