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2016
향로봉 도량에 모셔진 당금애기 할미는 제석본풀이 의 주인공
이십니다.
전국적으로 전승되며, 지역에 따라 무가의 명칭이 다르다. ‘성인노리푸념’(평안북도 강계), ‘삼태자(三胎子)풀이’(평안남도 평양), ‘셍굿’(함경남도 함흥), ‘제석본풀이’ 또는 ‘당금아기’(경기지방), ‘시준풀이’·‘시준굿’ 또는 ‘당고마기’(동해안지방), ‘제석풀이’(충청북도지방), ‘제석굿’(전라남도지방), ‘초공본풀이’(제주도) 등 여러 가지 호칭이 있다.
[내용]
문학적 측면에서 이야기의 공통성이 있으므로 하나의 서사유형으로 설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조사된 자료는 55편에 이르는데, 공통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옛날에 어여쁜 딸아기를 둔 명문의 가정이 있었는데, 불가피한 일이 있어 가족들은 집을 떠나고 딸아기만 혼자 집에 남게 된다.
이 때 딸아기의 인물이 뛰어나다는 소문을 들은 스님이 딸아기 집을 찾아와서 시주를 청하면서 딸아기와 접촉을 가진 뒤 사라진다. 딸아기는 잉태를 하게 되었고, 집으로 돌아온 가족들에게 이 사실이 드러나자 추방을 당한다. 딸아기는 아들 세쌍동이를 낳아 기른 후 스님을 찾아가서 아들들의 이름을 짓고 신직을 받는다. 자신은 삼신이 되고 아이들은 제석신이 된다.
이러한 내용은 각 지역에 따라 또는 구연한 무당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대체로 동북부지역의 전승본과 서남지역 전승본, 그리고 제주도지역 전승본으로 나뉜다.
동북부지역에는 강계·평양·함흥·양평·강릉·울진·삼척·영덕·동래 등지가 포함된다. 이 지역 전승본의 특징은 스님이 딸아기와 한방에서 자고 떠난 뒤 딸아기가 잉태하고, 추방당한 딸아기는 토굴 속에 감금되어 삼형제를 낳아 기른 뒤 아이들과 함께 스님을 찾아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스님은 아이들이 자신의 친아들임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험을 부과하는데, 아이들이 모든 시험을 무난히 통과한다는 내용도 이 지역 전승본에만 남아 있는 부분이다. 이와 같이, 이 지역 전승본은 내용이 비교적 풍부하고 부자관계가 강조되어 있다.
서남지역 전승본에는 화성·오산·안성·청주·영동·부여·줄포·순창·광주·목포·진도·해남 등에서 채록한 자료가 포함된다. 이 지역본의 특징은 스님이 시주를 받고 딸아기에게 쌀알 세 개를 먹이거나 또는 손으로 머리를 만지거나 하고 사라진 뒤 딸아기가 잉태하게 되며, 부모에게 추방당한 딸아기는 임신한 몸으로 스님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서남지역 전승본에는 동북지역본에 있는 부자상면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또한, 스님이 자고 가기를 요청하고 잉태를 꿈으로 암시하는 장면도 없다. 서남지역본은 부부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마지막에 스님이 불도를 부정하고 세속으로 환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신성성이 퇴색되는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제주도본은 딸아기가 낳은 아들 삼형제가 과거에 급제했으나 중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급제가 취소되자, 이에 격분한 끝에 연추문 종각을 부순다. 이에 딸아기를 제석궁에 가두니 어머니를 구출하기 위해 아들 삼형제가 무법(巫法)을 배워 굿을 하게 되었다는 후반부가 부연되어 있다.
제주도에서는 ‘초공본풀이’가 무신신화적(巫神神話的) 성격을 띠고 있어 본토의 ‘제석본풀이’와는 신화적 기능에서 차이를 나타낸다.
「제석본풀이」로 불리는 굿은 지역에 따라서 명칭이 다르나, 대체로 재수가 있기를 빌거나 생산을 증진시키려는 굿이다. 함경도의 성인굿, 평안도의 재수굿, 중부지방의 안택(安宅), 호남지방의 축원굿, 동해안지역의 별신굿, 제주도의 큰굿 등은 모두 「제석본풀이」가 구연되는 무의(巫儀)이다. 이들은 삶의 풍요를 위해 베풀어진다는 점에서 공통성이 있다.
또한, 제석신이라는 명칭은 불교에서 따온 것일지라도 기능면에서는 불법수호가 아니라, 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지켜주고 수명과 다산을 관장하는 무속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제석본풀이」는 불교적 영향을 받은 무속신화임을 알 수 있다.
「제석본풀이」의 내용은 아기를 잉태하고 낳고 기르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이야기가 생산을 주관하는 생산신 신화로 형성된 것은 인간의 출산과 농작물의 결실을 유추시켜 이해한 무속적 사고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연구된 「제석본풀이」의 신화적 해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석본풀이」의 여주인공은 각 편에 따라 ‘서장애기’·‘세주애기’·‘당금아기’·‘금각씨’·‘제석님네 맏딸아기’·‘자지명아기’ 등으로 다양하다. 본래의 고유명칭은 ‘당금아기’이며 ‘당금’이라는 말은 촌신(村神) 또는 곡신(谷神)을 의미하는 고어 ‘금’에서 유래되었다. 즉, 당금아기는 한 지역을 관장하는 지역수호여신이라는 의미이다.
동해안 별신굿에서 가장 먼저 불리는 서사무가가 바로 「제석본풀이」이다. 별신굿은 마을을 지키는 골맥이신에 대한 무속제전이라는 점에서 당금아기의 신으로서의 성격이 분명히 드러난다.
한강 이남 중부지방에서 채록한 「제석본풀이」에서는 스님이 쌀 세 알을 당금아기에게 주어 이것을 삼킨 당금아기가 잉태하게 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당금아기가 지모신이고 아들 삼형제가 곡신(穀神)이라는 의미이다.
동북부지역본에서 토굴 속에 갇힌 당금아기가 삼형제를 출산한다는 얘기 역시 식물의 씨앗이 땅 속에서 싹이 터서 땅 위로 돋아나는 것을 상징한다. 즉, 당금아기는 지모신이자 지역수호신이며 아울러 생산신이라는 것이다.
「제석본풀이」의 남주인공은 그 명칭이 지역에 따라 ‘황금산주재문장’·‘서인님’·‘석가여래시준님’·‘삼한시준님’·‘황금산중상’·‘황금대사’·‘황금산황애중’·‘황금산주재선생’ 등으로 나타난다.
여기에서 불교와 관련된 중 또는 세존 등의 명칭을 제거하면 ‘황금산’이라는 명칭만 남는다. ‘산’이라는 말은 중이 거처하는 곳을 뜻하며, ‘황금’이라는 말은 곧 대신(大神)을 의미하는 고어 ‘한금’이라는 말과 연관이 있다.
남주인공은 불교가 전래된 뒤 신분이 스님으로 바뀐 것이고, 본래는 천신(天神)이었다고 본다. 그 근거로서 남주인공은 천상에서 인세로 하강하거나 인세에서 천상으로 승천하는 내용이 있다.
또한, 딸아기가 잉태할 때 붉은 구슬을 받는 꿈을 꾸는데, 이것은 곧 태양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주인공이 딸아기와 헤어지면서 박씨를 주는데 박씨는 곧 밝음의 씨앗으로서 광명의 원천을 나타낸다는 점 등을 든다.
[의의와 평가]
「제석본풀이」는 천신계의 남성신과 지모신인 여성신이 결합하여 새로운 신을 탄생시키는 신화로서, 단군(檀君)·주몽(朱蒙) 등의 국조신화와 동궤(同軌)의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전승하면서 불교의 영향을 받아 스님과 귀한 집 처녀가 결합한다는 내용으로 변모되었다. 또한, 유교적 윤리관에 따른 합리성의 추구로 딸아기의 부정한 행실을 징벌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참고문헌
『한국무가(巫歌)의 연구』(서대석, 문학사상사, 1980)
「무가(巫歌)」(서대석, 『구비문학조사방법』,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