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8/2026
아이들의 생명 앞에서 망설이지 않았던 결단
-네팔 라젠드라 다와디 교장의 판단과 용기
네팔의 한 교장이 1,643명의 학생을 살렸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학교는 강 수면보다 60m나 높은 곳에 있었고, 3층짜리 콘크리트 건물이었습니다. 규정과 기존의 상식대로라면 ‘이 정도면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라젠드라 다와디 교장은 상류에서 급류가 내려오고 있다는 연이은 경고를 듣자 즉시 학교 종을 울렸습니다. 학생들에게 고지대로 대피하라고 명령했고, 등교 중이던 통학버스에는 학교로 오지 말고 돌아가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다른 교사 한 명과 함께 가장 마지막으로 학교를 빠져나왔습니다.
홍수가 학교를 덮쳤을 때 학교에는 단 한 명의 학생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 장면에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합니다.
위기의 순간에는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확인한 뒤 결정할 시간이 없습니다. 매뉴얼을 다시 펼쳐볼 수도, 책임 소재를 따지며 결재를 기다릴 수도 없습니다. 책임자는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도 판단해야 하고, 그 판단의 결과를 자신이 감당해야 합니다.
특히 사람의 생명이 걸려 있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다와디 교장이 보여준 리더십은 특별한 영웅주의가 아니었습니다. 위험을 과소평가하지 않았고,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때 받을 비난보다 판단을 미뤘을 때 잃게 될 아이들의 생명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장면이 있습니다.
그는 아이들을 먼저 보내고 자신이 마지막에 학교를 떠났습니다.
권한은 앞에서 행사하면서 위험 앞에서는 뒤로 물러서는 사람이 아니라, 결정할 때는 가장 먼저 결정하고 위험 앞에서는 가장 마지막에 떠나는 사람. 우리가 지도자에게 기대하는 책임의 모습은 어쩌면 이렇게 단순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 역시 재난과 기후위기, 전쟁과 사회적 참사, 기술의 급격한 변화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과 끊임없이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지도자의 능력은 위기가 지나간 뒤 얼마나 그럴듯하게 설명하는가가 아니라, 위기가 닥쳐올 때 사람을 살리는 결정을 얼마나 신속하고 책임 있게 내리는가에서 드러납니다.
생명 앞에서 지나친 신중함은 때로 무책임이 될 수 있습니다. 결정하지 않는 것 역시 하나의 결정이며, 그 결과에도 책임이 따릅니다.
천주교정의평화연대는 1,643명의 아이들을 살린 라젠드라 다와디 교장과 교사들의 용기와 책임감에 깊은 존경과 연대를 보냅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모든 책임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위기의 순간, 당신의 결정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는 것은 무엇입니까?
사람의 생명보다 앞서는 규정도, 체면도, 조직의 이해관계도 없어야 합니다.
아이들을 먼저 보내고 마지막에 학교를 떠났던 한 교장의 뒷모습에서, 우리는 책임 있는 지도자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다시 배웁니다.
2026년 9월 1일
천주교정의평화연대